사무실에 출근하면 눈이 따끔따끔하고 눈물이 납니다.

의외로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예전에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사무소로 출근할 때 이 같은 증상으로 10년 이상 고생했습니다. 외근이나 퇴근 시 건물 밖으로만 나가면 증상은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냥 제가 가진 아토피나 알레르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건축자재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크게 해 보지를 못했습니다.  천장은 석고 텍스 마감이고, 벽은 수성페인트, 바닥은 데코타일(본드 접착식)이었습니다.   가구는 흔히들 많이 사용하는 OO시스템 가구.   일단 사무실에 들어가면 새로 이사한 집에서 나는 그런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 냄새가 중고등학교 시절 생물실에 가면 맡을 수 있는 포르말린 냄새라는 것은 그때는 사실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생물실만큼 강한 농도의 냄새는 아니지만, 그 계열의 냄새였습니다.

가끔 커피나 음료수를 바닥에 흘려서 휴지로 닦기 위해 쪼그려 앉았을 때나,  동전이나 펜이 떨어져서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줍기 위해 바닥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을 때 데코타일에서 본드 냄새가 심하게 났던 기억이 납니다.   전구 교체하려고 천정의 석고 텍스에 가까이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사무용 시스템 가구 자체가 합판이나 MDF에 시트지 붙여놓은 것이니 거기서도 냄새가 났던 것 같습니다.   정면, 왼쪽, 오른쪽으로 놓여있던 파티션 자체도 MDF에 천을 본드로 붙여놓은 것이니 말할 것 없고요.

 

증상은 거의 사계절 365일 내내 계속되었는데, 봄과 가을, 특히 겨울에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히터가 집중적으로 들어오는 아침시간과 오후 시간에 증상이 심했던 것 같은데,  아침에는 회의나 미팅 준비에 정신적으로 긴장을 해서 좀 덜했던 것 같은데, 오후에 히터가 들어와서 실내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시큼한 냄새는 더 진하게 느껴졌고, 눈 주위가 따끔따끔하고 눈물이 맺히고, 옆을 돌아보면 다른 직원들은 몸을 긁고 있거나 눈에 안약을 넣고 있는...  그게 일상이었습니다. 중앙냉난방이라 저 이외의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모두 비슷한 증상들을 겪고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눈이 따끔따끔했고, 다른 직원은 눈물이 난다는 경우도 있었고, 입술 주위에 자극감이 느껴진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계속 팔이나 관절 부위 등을 긁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로 눈 같은 점막부위에 증상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공통점은 모두들 사무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증상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같으면 알데히드제거재 가져다가 처리를 해버렸겠지만, 그때는 그냥 새 사무실이까,  새가구니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알데히드버스터 제품이 나오기도 전이었고, 포름알데히드와 건축자재가 무슨 관계인지 관심도 없었습니다.  

 

사무실이 위치한 층이 3층이었고, 도롯가 쪽이라 사방으로 창문을 열면 환기는 매우 잘 되었습니다.  창문을 5분쯤 열어두면 신기하게도 시큼한 냄새는 순간적으로 많이 사라졌는데,  창문 다시 닫고 1시간쯤 지나면 다시 눈이 매콤 매콤 합니다.   창문을 열 때에도 열자마자 살을 에는 찬바람이 확~ 들어오므로 5초 정도 잠깐 열었다가 바로다시 닫아야 합니다.  동료들이 춥다고 뭐라 합니다.   여름에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오전과 오후에 잠깐씩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때는 창문을 개방합니다.   그러면 또 시큼한 냄새가 많이 줄어드는데 주위에서 '안 그래도 더운데 왜 찬 공기를 밖으로 빼버리느냐?'라고 뭐라 합니다.  오래 환기를 시킬 수 없습니다.

요즘은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이, 창문을 개방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 황사와 미세먼지, 도심의 경우는 고출력 앰프의 소음까지...

 

  • 베이크아웃 효과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베이크아웃이 분명히 단기적인 효과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게 문제이지 단기적인 효과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사무실은 가정집처럼 베이크아웃하기도 힘듭니다.  중앙냉난방 시스템에서 실내를 폐쇄한 후  40~50도로 가열했다가 몇 시간 후 강제 배출시킨다는 것이 힘이 듭니다.   

또한 베이크아웃이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완벽한 방법이 될 수는 없는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이건 다른 페이지에 따로 쓴 포스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베이크아웃이 완벽한 방법이 될 수 없는 이유  (클릭)

 

  • 포름알데히드 반감기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건축자재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유해물질이 2년 전후면 반감기에 접어들어서 그 영향이 거의 사라진다'는 설명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건 새집증후군 등으로 실제 고통받고 있는 분들도 같은 생각이실 겁니다.  한 건물에서 10년을 지냈는데, 이사하는 마지막 10년째에도 저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의 증상은 계속되었습니다.   

새로 입주한 지 2년이 지난 아파트에 가보면 여전히 시큼한 새집냄새가 납니다.  그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후각이 동일한 냄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일종의 마비가 되어 못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여행이나 출장으로 일주일 정도 집을 비웠다가 돌아가면 냄새납니다.   

포름알데히드는 실내를 구성하고 있는 인테리어 자재나 가구 등 제품에 워낙 광범위하게 들어가 있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므로 2년 전후의 반감기에 접어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은 좀 이해가 힘듭니다.

요즘은 새 아파트나 신축주택에 입주하게 되면, 빌트인  가구 시스템이 적용된 곳이 대부분입니다.  붙박이장이나 싱크대 등은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고, 소비자가 필요한 부분을 추가로 구입하여 채워 넣는 구조입니다.   추가 구매분은 이사 전에 도착 설치가 완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사 후나 생활하면서 기존 가구를 버리고 새가구를 들여놓기도 합니다.

 

입주하는 날은 심리적으로 들떠 있으므로, 자극적인 냄새나 이상이 있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집이니까' 새집냄새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큼하고 자극적인 냄새에 익숙합니다.  누구도 자신이 포름알데히드 냄새에 익숙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조과정에서 포르말린이나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되는 제품들이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거기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에게 그 냄새가 익숙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새집냄새, 새가구 냄새라고 생각했던 그 냄새들.

 

새로 주문한 가구가 들어오는 날이면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미리 청소하고 기다리고... 드디어 가구가 도착해서 앉아보고 누워보고 웃고 즐거워하지만 하루이틀 지나면서 가족들이 이상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그냥 '새가구니까' '새가구 냄새겠지' 하면서 그냥 넘어가지만, 가족 중에 유아가 있거나, 민감한 사람이 있으면 벌써 눈이 따끔따끔하다거나, 입술 부위에 자극감이 있다거나, 두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문제일까요?

 

빌트인 가구류

붙박이장이나 싱크대 등은 필름이나 시트지등을 붙인 MDF 등을 이용해서 제작됩니다.  MDF는 가격이 저렴하고 절단이나 타공 등 가공성이 우수하여 가성비가 참 좋은 소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겉면에는 원목무늬의 시트지나 필름이 붙여져 있어 얼핏 보면 원목 느낌도 주고 수려하고 깔끔한 소재입니다.   

문제는 MDF 의 주요 원료가 포름알데히드 베이스의 수지라는 점입니다.  MDF는 톱밥(목분)을 포름알데히드 베이스의 수지(접착재)와 섞어서 반죽한 다음 고온/고압으로 눌러서 합판처럼 성형한 제품입니다.  포름알데히드 베이스의 열경화성 수지가 열을 받으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경화가 되는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 것입니다.   당연히 온도 등 외부요건에 의해서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게 됩니다.   쑥떡에서 쑥 냄새가 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MDF 겉면에는 미관상 원목무늬의 시트지나 필름이 부착되게 되는데, 이때 쓰이는 접착제 또한 포름알데히드 기반의 제품입니다.

이제 왜 눈이 따끔따끔하고, 입술에 자극감이 느껴지고, 두통이 생기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실 겁니다.   특히 주방 쪽의 싱크대 주변은 주부들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서 있게 되는 동선상에 있습니다.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지게 됩니다.

방안의 붙박이장 이나 현관의 신발장, 아이들 방의 서랍장, 옷장 등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시트지나 필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해서 일반인들이 겉으로 봐서는 이것이 원목인지, 합판인지, MDF인지 잘 모릅니다.  소재를 확인해 보시려면 서랍장을 뽑아서 뒤집어 보시거나, 절단면 등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새집증후군 시공> 업체들이 싱크대나 서랍장 다 빼내어서 절단면 등 약품 처리하는 이유가 필름이나 시트지가 붙어있는 면보다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절단면 등이 방출량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주문한 가구들

침대, 소파, 식탁, 유아용 가구를  비롯해 많은 소품용 가구들.  

이 또한 안쪽이나 뒤쪽의 절단면 등을 확인해 보시면 적용된 소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내고 구조 목재의 소재 등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소파 등은 대부분 하부를 타카 처리 등으로 막아두어서 내부의 구조 목재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냥 가구매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구입품목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목이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내부에 MDF 등 합성목재로 꽉 차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온라인 마켓에서 구입한 중저가의 소파는 내부 구조목 재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한데 열어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죽소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가죽이라는 소재 자체가 채취하는 시점부터 부패가 시작되는 생물성 재료입니다.  채취해서 바로 소파공장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가공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당연히 방부제 포르말린에 절여야 하겠지요.  

식탁도 구석이나 뒤쪽의 절단면 보시면 소재 확인 가능합니다.  시력이 좋으시면 모서리 각 진부분 꼼꼼히 살펴보시면 시트지나 필름의 이음매가 보이기도 합니다.  

학생들 공부방의 책상과 책장, 옷장 등도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다고 좋아들 하시지만, 대부분 포름알데히드를 다량 방출하는 합판이나 MDF에 필름이나 시트지를 접착제로 붙여 놓은 제품들입니다.

 

실내가구의 대부분이 합판이나 MDF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 소재들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정해진 규정 등급의 자재가 적합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합성목재 소재들 만큼 가격이 저렴하고 가공성이 우수한 대체재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실내에서 계속 유해물질을 뿜어내고 있으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새가구 냄새 제거하는 방법

  1. 베이크아웃이나 환기  - 실내의 공기를 외부와 환기시켜서 새가구 냄새를 밖으로 빼주는 방법 (근본적 해결책은 안 됩니다만 별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2. 양파, 피톤치드, 목초액, 허브 미니화분 등 - 향으로 향을 가리는 방식  (이 또한 근본적 해결책은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냄새납니다.                                                                  
  3. 광택제, 왁스류 - 잠시 얇은 유막이 생겨서 냄새가 차단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유분 등이 증발하면 다시 냄새납니다.  여기도 합성향류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어, 향긋한 합성향에 후각이 마비되어 단기적으로 새가구 냄새가 사라진 듯 느끼기도 합니다.
  4. 포름알데히드 제거재 등 전문약품 처리 -귀찮더라도 가구 안쪽이나 뒤쪽, 절단면 등 포름알데히드가 많이 방출되는 면을 중심으로 전문 제거재를 써서 꼼꼼히 처리해주는 방법.  
  5. 특히 빌트인 가구 등은 가구 제작 전 단계에서 자재 전체에 포름알데히드 제거 처리를 한 후 그 자재들을 사용하여 가구를 제작하는 방법

 

실내 전체의 베이크아웃이나 환기는 별도 비용도 들지 않고, 어느 정도의 효과도 있지만, 난방이나 냉방,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환기를 자주 시켜줄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실제 새가구 냄새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시간은 야간에 수면 중입니다.  낮에는 출근도 하고, 주부는 청소나 가사로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기도 하고 외출도 하고, 가끔 창문도 열고 계속 움직이지만, 수면시간에는 꼼짝 않고 방안이나 거실에서 새가구 냄새를 집중적으로 대책 없이 흡입하게 됩니다.   그때는 낮처럼 불쾌한 냄새를 느끼지도 못합니다.  무대책으로 체내에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시간에 자다가 1-2시간마다 불침번처럼 일어나서 환기를 시킬 수도 없습니다.  돌아다니거나 움직이지 않고 하루 대부분을 한정된 공간에서 보내는 유아의 경우는 피해가 더 많겠지요.  방법이 나쁘지는 않은데 현실성과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물론 가장 원천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가구의 원료가 되는 합성목재의 제작시 포르말린 베이스의 수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포르말린 베이스의 수지들은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목재업계 전체가 가장 보편적으로 써왔던 소재라,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구하기도 쉽고, 가공성도 우수합니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런 가성비의 소재도 없을것 입니다.  이런 우수한 장점들은 유지하면서도 유해성이 적거나 없는 대체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소재를 찾더라도 그에 맞춰 설비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지만, 정부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고, 기업들의 소재발굴 노력도 계속 되고 있고, 소비자의 요구치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현 시점 에서도 위에서 열거한 5가지 방법을 각자 상황에 맞춰서 적용하시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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